황씨신문

2003년 7월 29일

앞집 토끼 이야기

직접 본 일은 없지만 앞집에서는 개 한 마리 외에 토끼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 집에 마당이 있긴 하지만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게다가 엄마에게 듣자니 그 토끼 두 마리가 보통 녀석은 아닌 듯 싶다.

앞집에서 처음으로 키우게 된 토끼는 남이 키우다가 준 건데, 추측하건데 토끼가 너무 사나와서 준 것 같다. 이 집에 온 후에도 토끼가 너무 사나와서 먹이를 주기가 겁날 정도였고, 앞집 개는 그래도 꽤 사납다고 소문난 녀석인데 그 토끼 앞에서는 설설 길 정도였다니 말이다. 개가 아예 그 토끼는 건드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첫 번째 토끼가 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앞집에는 토끼가 또 한 마리 생겼다. 아줌마가 산에 갔다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 버려진 토끼를 주워온 것이다. 다행히도 이 토끼는 첫 번째 토끼와는 달리 순했다. 하지만 순한 토끼의 앞날에는 사나운 첫 번째 토끼의 횡포가 기다리고 있을 터. 가엾도다, 토끼여!

그런데 어제 듣자하니 앞집 토끼 두 마리는 나 같은 보통 사람의 예상을 깨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오, 정말 신기하지 뭐야.

처음에는 예상했던 대로 첫 번째 토끼가 두 번째 토끼를 막 물기도 하면서 몹시도 괴롭혔고 그게 하도 심해서 토끼 두 마리를 각자 다른 우리에 넣어두어야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이제는 좀 괜찮겠지 싶어서 다시 두 마리를 한 우리에 넣어두었는데 며칠 뒤에 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 난리를 치던 첫 번째 토끼가 먹이를 줘도 두 번째 토끼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첫 번째 토끼가 먼저 먹이로 달려들거나 까불려고 하다가도 두 번째 토끼가 낮은 목소리로 우웅! (정확한 소리는 나도 모르지) 하면 찍 소리 못하고 구석에 처박힌단다. 그렇다고 해서 두 번째 토끼가 첫 번째 토끼마냥 사나워진 건 아니기 때문에 덕분에 먹이를 주기가 한결 수월해졌단다.

두 번째 토끼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는 첫 번째 토끼의 얘기가 마치 깡패 얘기가 나오는 흔한 만화나 드라마 얘기 같다. 원래 실력도 없는 녀석들이 까불까불 나대기나 하고 그러다가 진짜 실력자 (일인자는 언제나 말이 없고 근엄하다)가 나타나면 꼬리를 감추는 법이지 않은가. 도대체 두 번째 토끼가 첫 번째 토끼에게 무슨 짓 아니면 무슨 말을 한 것일까? 혹시 암수 한 쌍이 아닐까 싶어 물어보니 두 마리 모두 암놈이라던데.

그건 그렇고, 첫 번째 토끼는 여전히 사납다고 한다. 그래서 자주 우리를 뛰어넘어 마당으로 나오기도 한다는데. 그럴 때면 앞집 개는 토끼 뒤를 졸랑졸랑 따라다니기만 한다고 한다. 앞집 개에게는 여전히 첫 번째 토끼가 사나운 깡패인 것이다.


덧붙여서.

이 얘기 끝에 앞집 개 이름이 뭐냐고 엄마에게 물어봤더니 얼마 말씀이 개 이름이 '이누'란다.

이누? 뭐 개 이름이 그래? 그럼 토끼는?

우-사-기

우사기? 그거 일어로 토끼 아냐? 세일러문에서 따왔나? (달의 요정 세일러문 일어 원판에서 주인공 세라의 이름은 月のうさぎ, 즉 '달토끼'임) 뭐 이름이 그래? 이름을 일어로 지었나?

토끼가 우사기라니까.

허허. 어쩌다가 개 이름이 뭐냐는 질문이 개가 일어로 뭐냐는 질문으로 탈바꿈한 것일까?

일어로 개는 いぬ(이누)이고 토끼는 うさぎ(우사기)이다.

뉴트리노 | 황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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