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3년 1월 24일

진공청소기 귀신

집에서 쓰는 낡은 진공청소기에 피가 묻으면 귀신이 된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나요? 있을 턱이 없지.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청소도구가 빗자루에서 진공청소기로 아주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이제는 방 청소를 빗자루로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사실 빗자루로 청소하면 먼지도 나고 웬만한 정성이 아니고서는 깨끗하게 청소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쓰레받기에 쓰레기를 담아 따로 버려야 하니 불편하기도 하고. 하지만 제 아무리 진공청소기가 편하고 깨끗하다 해도 진공청소기에는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그건 바로 귀신!

옛날에,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빗자루에 피가 묻으면 얼마나 걱정이 됐는지 모른다. 혹시 저게 밤에 귀신으로 변하는 게 아닐까?

옛말에 이르기를 낡은 몽당 빗자루에 피가 묻으면 몽당 귀신이 된다고 했으니,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말로 들은 게 더 무서운 법이다. 때로는 날이 아직 어두워지지 않아도 방안에 빗자루랑 나랑 둘이 있게 되면 저게 갑자기 귀신으로 변해서 콩콩 내게 달려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저게 귀신으로 변하면 자루 부분으로 걸을까 아니면 비 부분으로 걸을까 궁금해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저 녀석이 덤벼오면 어떻게 때려잡을지 또 어떻게 도망칠지 궁리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작은 편리함과 깨끗함을 얻기 위해 몽당 귀신을 팔아버렸을 줄이야!

설령 진공청소기가 귀신으로 변해 스스로 움직이게 되더라도 그건 절대 전설의 고향이 될 수 없다. 진공청소기 귀신이 가야할 곳은 오로지 과학 소설뿐이니까. 그래서 내가 모르는 새 있었던 몽당 귀신과의 이별이 더 슬픈 것이다.

뉴트리노 | 황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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